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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/드라마/TV

지브리 스튜디오 레이아웃 전

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에 대해서 큰 감흥은 없는 편이다.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, 하울의 움직이는 성, 반딧불의 묘. 정도가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이 기억나는 작품인데, 셋 다 주위의 강압에 의해 본 것이라서...
애니메이션 취향은 픽사와 디즈니에 가까운데도 굳이 이 전시를 현대카드에 돈을 주고 봤는가하면, 내 인생에 많은 자극을 준 나의 첫 동경+자극의 대상 MJ의 카카오스토리 글 때문.

누구나 그러했겠지만, 학원을 다니지 않고서도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해서,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열심이었던 우리는 서로에게 이러저러한 조언+감상을 나눴던 사이다. 그런 그녀가 "만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보고 느낄 것이 있을 거다"라고 했기에 이건 꼭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오늘 행동에 옮겼다.

개인적으로 시각적아름다움은 레이아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기도했고. 대체 어떤 방법으로 애니메이션에서 구성이 되는지도 궁금했다. 작화 만화는 그려봤지만 애니메이션은 제작해본 적이 없고, 그 시스템에 큰 흥미가없기도 해서.

사람이 너무 많아서, 알폰소 무하를 먼저 보고 천천히 입장. 아마도, 내가 지금 느낀 감정은 무하전을 보고 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. 아르누보와 알폰소 무하를 전-혀 몰랐음에도 무하의 그림이 신기하지 않았던 이유. 만화키드 시절, 온갖 행사에서 긁어모은 회지에서, 펜으로 무하의 작품 스타일을 흉내낸 걸 봤기때문. 무하의 작품은 채색 석판화지만, 나의 첫 인지는 만화회지의 그것이었기에 우선 그 시절에 대한 향수는 불러 일으켜졌다.

그리고 나서, 지브리 레이아웃 전에 입장했다. 처음엔 아 그렇군. 정도의 일반적인 감상으로 시작했다. 점점 레이아웃 속 원화의 퀄리티, 흐르는 듯한 거침없는 연필선을 보며 어릴 적 밤새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고 몰입했던 내가 떠올랐다.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, 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스탠드 위에 이불을 덮고, 연습장이 너덜해질때까지 내 세계를 만들었던 시절이 떠올랐다.

전지 2-4장 크기의 큰 원화(마녀배달부 키키)와 츠케팬으로 촬영한 작품의 한 부분을 보는 순간, 울컥하면서 내 속에서 뭔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. 아직도 그게 무슨 감정인지 발라낼 수가 없는데, 그 후 부터는 원화를 보기만 해도 울컥해사 제대로 못 보겠더라.

컷의 구조를 보고 싶어 갔다가, 알 수 없는 감정들에 도망치듯 나와버렸다. 전시를 제대로 보지도 않은 주제에, 토토로 배 위에서 기념사진은 찍었지. 벽면에 관람객이 그림을 남기는 것도 있었는데, 왠지 지브리 작품 속에 나오는 뭔가를 그려야만 할 것 같아서, 반딧불의 묘에 나왔던 사탕통을 그려놓고 나왔다.